유명 CEO "정년 45세로 낮추자" 말 꺼냈다가…'발칵'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1-09-11 08:27   수정 2021-09-11 14:18


일본 대표 주류·음료 기업인 산토리홀딩스의 최고경영자가 "정년을 45세로 낮추자"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사장(사진)은 9일 일본 3대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가 '코로나19 수습 이후 일본경제의 활성화 대책'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45세 정년제를 도입해 개인이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니나미 사장은 "종신고용과 연공서열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용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45세 정년제는 인재가 성장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촉진해 회사 조직의 신진대사를 좋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토리 45세 영업직, 스타트업 이직 가능?
일본의 낡은 고용제도를 개선하자는 주장이었지만 여론은 '45세'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에는 1만6829건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인력 구조조정하자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었다.

오카베 다쿠 메이지대 교수는 "시대에 역행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실명으로 니나미 사장의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노동시장 규제완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열심히 일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며 "45세 정년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일본 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경제재정자문회의 멤버라는 점도 논란을 확산시켰다.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일본의 경제, 재정, 산업, 과학기술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의견을 제시하고 정부 정책으로 입안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위원으로 참여하는 니나미 사장은 평소에도 일본 경제와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세우는 논객으로 알려져 있다.

파문이 확산하자 니나미 사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니나미 사장은 10일 "'정년'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부적절할지도 모르겠다"며 해명했다. 그는 "45세는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스타트업으로의 이직하는 등 사회가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지 절대 45세가 되면 '잘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니나미 사장의 해명에도 야후재팬에는 8765개의 댓글이 달렸다. 쓰네미 요헤이 지바상대 부교수는 "해명은 했지만 철회는 안했다"며 "산토리의 45세 영업사원은 유니콘기업에 엔지니어로 전직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니나미 사장의 주장과 달리 일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의 정년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65세였던 정년을 사실상 70세로 늘렸다. 사회복지 혜택을 누리는 고령자를 줄이는 동시에 사회보장제도를 지탱하는 현역 세대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개정 고령자고용안정법 시행 이후 정년을 없애거나 연장해 ‘평생 현역시대’를 준비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정년을 없앤 일본 기업은 전체의 2.7%로, 2008년(1.2%)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70세를 넘어서까지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31.5%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DHC '존토리' 혐한발언 피해기업
한편 산토리홀딩스는 혐한 논란으로 최근 한국에서 철수한 DHC가 표적으로 삼았던 기업이기도 하다. 잇딴 혐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은 작년 11월 느닷없이 경쟁사인 산토리에 대해 "광고모델이 모두 한국계"라며 "그래서 '존토리'라고 야유당한다"고 비난했다. '존토리'는 한국계를 멸시하는 표현인 '존(チョン)'에 산토리의 '토리'를 합성한 말이다.

이번 논란과 별개로 니나미 사장은 일본에서 가장 실력을 인정받는 전문 경영인 가운데 한명이다. 1959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태어난 그는 1981년 게이오대를 졸업하고 일본 최대 무역회사인 미쓰비시상사에 들어갔다. 1991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2002년 미쓰비시의 편의점 자회사 로손으로 옮겨 2005년 최고경영자(CEO), 2014년 로손 회장에 취임했다. 2014년 6월 산토리가 주류업과 인연이 없던 니나미를 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일본에서 큰 화재가 됐다. 산토리가 115년의 가족 경영 전통을 깨고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였기 때문이다.

니나미 사장은 저도주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자사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하이볼'로 일본 전역에 돌풍을 일으켰다. 사장 취임 5년 만에 위스키 매출이 두 배로 늘었고, 고급위스키 브랜드 '야마자키' 등은 없어서 못팔 정도가 됐다. 맥주와 같은 주류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을 40%로 줄이는 대신 음료, 건강식품 비중을 60%로 늘려 사업을 다각화한 점도 그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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